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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과 직불제 / 김순두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
2012.04.08. / 제민일보 [망중한]
제주의 돌담 길이 36,335km
제주 돌담의 길이는 얼마나 될까. 고성보·강정효·최용복·양진철·공저 「제주의 돌담」을 보면 제주도 돌담의 길이는 3만6355㎞에 이른다고 쓰고 있다. 얼마나 정확한 것인지는 뒤로 하더라도 지구의 한바퀴(4만㎞)에 가깝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제주도 돌담은 고려 고종 21년(1234)제주에 판관으로 부임한 지포(止浦) 김구(金坵 1211~1278)에 의해 쌓았다고 한다.
성균관대학교가 펴낸 「지포선생문집(止浦先生文集)」을 보면, '제주지방은 소·말·노루·사슴 등 짐승들이 짓밟아 농사가 힘들고 경계가 없어 백성들이 괴로워했는데 지포가 제주판관으로 부임한 후에 돌을 모아 담을 쌓아 백성들을 편하게 했다' 이상은 '동문감 및 탐라지에 기록되어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에 평생을 향토문화연구에 힘써오고 있는 전성기 관장은 그가 세운 제주민속박물관에 '돌문화의 은인'이라는 이름 아래 판관 김구의 공적비를 세웠다. 1991년의 일이다.
돌담은 땅을 그어 길을 만든다. 땅과 땅, 건문과 건물, 돌담은 또한 선을 그어 소유를 나타낸다. 제주에는 돌이 너무 많아서 일까, 보호하자는데 관심은 있으면서도 민간단체나 관에서도 구체적으로 보호하는 데는 느슨한 느낌이다.
방글라데시라는 나라가 있다. 이 나라는 히말라야 산맥에서 흘러온 퇴적물로 이뤄져 있어 돌이 없는 나라이다. 돌이 없으니 진흙을 이용해 벽돌을 만들고 벽돌을 깨서 자갈을 만들어 건설 재료로 쓰는 나라이다. 방글라데시가 부러워 할 돌이 많은 제주는 제주만의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2007년에 시작한 '올레'는 2011년 19코스가 개장됐다. 다른 시·도에서도 너도 나도 비슷한 길을 만들고 있다. 산도 있고, 들도있고, 숲도 있다. 그런데 다르다. 제주에는 다른 지방에 없는 길고 긴 돌담길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국에서 사람들이 제주로 오는 것이다. 제주돌문화공원이 있다. 돌을 소재로 13년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 7년 후 20년 사업이 마무리되면 세계적인 돌 문화의 상징의 하나가 될 것이다.
그러나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 한·미 FTA 발효에 이어 한·중 FTA 협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밭돌담 안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의 마음이 어두운 것이다. 이미 오렌지가 수입되어 헐하게 팔리고 있다. 오는 11월 제주산 밀감을 걱정하고 있는 모습들이다.
완전한 대안은 아니더라도 돌담 직불제는 농민들에게 위안이 될 것이다. 제주 돌담의 직불제는 농산물을 대상으로 하는 경관보전직불제에 돌담을 포함시키면 어떨까. 기획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있을 것이 예상된다. 제주의 돌담 범위가 있다. 산담, 환해장성, 잣담(성) 등 제주의 모든 돌담을 대상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우선 밭담만을 1차 대상으로 할 것인가. 단위당 보상금액, 소유주와 소유주간의 경계선, 직불제 소요 예산, 지방정부에서 먼저 시행하고 중앙정부에 요구할 것인지 등 검토할 분야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과수원이든 농작물이든 경관보전직불제 대상으로 삼고 있는 영국 등 다른 나라의 정책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주도민의 공감대를 형성해 나간다면 못 할 것도 없어 보인다. 제주돌담의 직불제 기획은 더 나아가 돌담의 문화관광자원화, 마을 공동체발전계획, 돌담의 공공자원화 방안 등 다양하고 깊이 있게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문화유산'은 그 다음의 문제다. 박희선의 「돌의 미학」이란 책에 이런 글귀가 있다.
'경(經)을 읽다보면 차(茶)를 다루지 않을 수 없고, 차를 다루다 보면 물맛을 알게 됩니다. 또한 물맛을 알면 산을 찾아 다니게 되고, 물과 산을 찾아다니다 보면 계곡(溪谷)에 이르게 됩니다. 계곡은 바로 물과 돌의 잔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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