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童波 컬럼

 로그인  회원가입 Category : Category

제목: 푸른 바다가 가슴 활짝 펼칠 때 / 그리운 천진난만극 주인공들
이름: padasalang 2009-09-27 19:36:43, 조회 : 1,808
- Download #1 : 푸른_바다가_가슴_펼칠_때___01.jpg (190.1 KB), Download : 20

- Download #2 : 푸른_바다가_가슴_펼칠_때___02.jpg (272.8 KB), Download : 20







푸른 바다가
가슴 활짝 펼칠 때

제민일보 1997년7월4일과 7일 연재

  


천진난만극 주인공들

그리운 고향 함덕

내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



북제주군 조천읍 함덕리 출신 재일동포 김봉신씨(통일일보취체역)가 제주말로 풀어 쓴 유년 시절 고향 제주에서의 추억담을 보내왔다. 구수한 제주말과 金씨의 유머스런 감각으로 잊혀져 가는 제주 풍습을 생생하게 살려낸 이 글은 배꼽을 쥐게 할 정도로 재미있다. 함덕농고를 졸업한 金씨는 통일일보 정치부 기자와 총무부장, 대판지사장을 역임했고, 통일일보에 수 차례 제주특집을 기획, 재일동포의 변화하는 삶을 소개하기도 했다. 두 차례에 걸쳐 金씨의 고향 추억담을 싣는다.



<코흘체기에다 뽀끌레기,개똥이에다 꼴랭이, 오줌쌔기에 이르기까지 우리 벗들은 한사람 빠짐 없이 이 드라마의 귀여운 주인공들>

고사리 닮은 손 흔들어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정든 학교문을 나선지도 어언 38년. 나고 자란 고향 땅을 등진지도 이미 32년이 지났습니다. 그 동안 타국살이 외로워도 쓸쓸하지만은 않았고 삶이 괴로워도 견뎌낼 수 있었음은 한라영봉 저만치 앉혀 놓고 `한모살과 올랫여`를 마당 삼아 철 모르게 뛰어 놀던 초등학교 시절의 어린 추억이 늘 나와 함께 할 수 있었던 덕분이었나 봅니다.

도둑 없으니 대문은 아예 소용 없고 거지 또한 생각조차 할 수 없어 그야말로 천국과 극락에 가장 가까운 삼무의 나라 제주. 그 안에서도 으뜸으로 덕을 쌓고 슬기 모았다 해서 함덕이라 이름한 고향. 여기가 조상 대대로 이어온 우리의 삶의 요람이며 영원한 고향이라 자랑스러웠고, 비록 몸은 타향이나 마음만은 언제나 고향과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산 높으니 물이 맑고 덕 배푸니 인심 좋아 서로 도우며 더불어 사는 동네 삼촌들 한테서 어린 시절 귀에 익힌 어버이의 얼이 깃든 `법 없는 고을'이란 여기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요.

이 아담한 무대에서 우리 개구쟁이들이 마음가는 대로 꾸며낸 드라마의 한장면 한 장면이 삶의 길잡이가 되어 거치른 인생 고비를 고이 넘겨다 주고 외로운 향수를 달래어 새로운 용기를 북돋워 주었습니다.

코흘체기에다 뽀끌레기, 개똥이에다 꼴랭이, 나아가서는 오줌쌔기에 이르기까지 우리 벗들은 한 사람 빠짐없이 이 드라마의 귀여운 주인공들이었지 않습니까? 코흘체기는 차라리 매맞고 앉았지 공부하기는 싫다며 학교담을 슬쩍 뛰어 넘었습니다. 셋사시미의 하얀 모래성 위에서 뛰어내리다가 지치면 넘어지기도 하고 뒹굴다가 그것도 싫으면 물장구를 쳐보다가는 아기자기한 조개껍질을 주어 모아 호주머니에 집어 넣기도 하며 혼자 실컷 놀다 지쳐 그 자리에 그냥 나자빠졌습니다.

뱃(볕)은 과랑과랑허는 모살판에 책가방을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치고 푸르고 푸른 하늘을 지붕 삼아 숨부기낭 베개 베고 반은 자고 반은 졸면서 몽생이처럼 몰려드는 쉬파리들에게 콧물 먹였답니다. 세월은 흘러 촌스럽기만 했던 코흘체기련마는 밤낮 가리지 않고 노력한 보람 있어 이제는 기업가가 되어 늠름한 모습으로 화려하게 변신하였습니다.

<그 때 배설 고무끄게 놀렸던 그 비바리는
어느덧 두 손자의 인자하신 할머님이 되었습니다>

자파리가 하도 심했던 오줌쌔기는 이틀이면 세번이나 이불에다 오줌 갈겨 세계지도 그리기를 일등했습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오줌 안싸게 하려고 툽툽하고 구수한 콩죽 쑤어 주마며 소금 빌려 오라는 어멍의 지혜에 속아 넘어가 고개 끄덕이며 소금 빌리러 갔다가 소금 든 차롱만 덮어 쓰고 빗자락으로 복짝 두들겨 맞았습니다. 그 집 같은 반 비바리가 그 꼬락서니 하도 우수워서 “오줌쌔기, 오줌싸라, 똥싸라”하며 배설 고무끄게 놀렸습니다. 오줌쌔기는 자기를 놀렸다는 걸 핑계로 팬티 없이 수영하는 그 비바리를 한모살 바당에서 알몸으로 올라타서 물멕이며 “다시 한번 오줌쌔기라고 해봐라”고 큰 소리치며 의기양양했습니다.

이 오줌쌔기는 머리가 우주인 같아 `가분수`라는 별명도 붙었습니다. 가분수라서 그런지 오줌싸는 버릇도 일등이지만 산수 공부도 곧잘 일등을 했습니다. 그때 그 배설 고무끄게 놀렸던 그 비바리는 어느덧 두 손자의 인자하신 할머님이 되었습니다. 팬티 없이 수영했다느니 알몸으로 등위에 올라탔느니 등등 그런 거짓 소문냈다가는 우리 손자들이 한모살 파서 묻어 버린다고 동창회때 모인 벗들 앞에서 겁주며 점잔을 빼어 다시 한번 배설 고무끄게 웃었습니다.

이런 추억 저런 이야기, 아가자기하게 하다 보면 날이 새는 줄도 모를 정도로 끝이 없겠습니다. 저 세상 가서도 잊을 수 없는 정겹고 애띤 모습들이 머리 속을 스쳐 갑니다. 각본이라는 건 아예 없고 감독도,단 한번의 연습조차 없이 이루어낸 명작극 그 이름은 `천진난만`. 이곳 저곳 돌아 다녀도 이 이상의 작품을 찾을 길 없음은 내가 그 주인공의 한 사람이었기 때문도, 남달리 예리한 감수성 때문 만도 아닌 것 같습니다.

이제 날이 가고 달이 가고 해가 가기를 거듭하다 보니 여기 저기에 흩어졌던 벗들이 키워준 고향땅을 세상 떠나서 돌아가는 이, 숨어서 들어가는 벗, 쥐도 새도 모르게 들락날락하는 친구, 나 같이 우물쭈물하는 놈, 거들거리며 찾아나서는 자, 나이는 들어서도 옛날 연기 솜씨를 버리기 아쉬어서인지 나름대로의 새로운 연기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한번 떠난 고향인데 왜 다시들 찾느냐구요?고향과 더불어 살며 복누리는 벗들을 부러워한 나머지 배가 아파서 견디다  못해 머나먼 귀향길목에 너 먼저 나 먼저 줄서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연어도 죽을 때는 자란 곳 찾아 가듯...>

연어도 죽을 때는 자란 곳 찾아가듯 귀향이라는 것은 회귀본능에 의한 행위라 할지라도 흩어져 살다 외롭게 객사하는 수 밖에 어쩔 수 없었던 벗들의 처지에 비하면 그나마 행운의 발길이 아니겠습니까? 낙향이라 해서 아무렇게나 위로할 게 아니며 금의환향했다고 반가와만 할 것도 못되지 않을까요?

서우봉 저 멀리에 푸른 바다가 가슴 활짝 펼칠 때, 한라영봉 우러러 흰 돛단배 가득 그리움 싣고 한모살 마당으로 곱게 밀려서 오기라도 하면,  티 없는 우정 불러 모아 보리밥에 된장국 끓여 놓고 맞이하면 얼마나 반가울까요. 날콩닢 멜첫에 여린 추억 오손도손 싸서 해묵은 시름일랑 말끔히 씻을 수 있다면야 얼마나 시원할까요.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천진난만한 모습들이 우리들 얼 속에 살아 숨쉬는 한, 저 만치 앉혀 놓았던 한라의 신령님을 가까이 모셔다 놓고 삔찍삔찍헌 흰 모살과 푸른 바다 위를 날으는 갈매기 벗 삼아 무심코 다친 올랫여 바위 어루만지며 남은 세월 그냥 그냥 보내며 살다 가면 그만인 것을 말입니다.

얼마 전에 초등학교로 개명했다는 국민학교가 태어난 지 60년. 하나, 둘, 셋, 넷, 으로 시작하여 아. 야. 어. 여, 왼쪽에서 오른쪽까지 청빈한 선생님들의 고마우신 수고 덕택에 철이 들었고 어린 잔뼈를 굳혀 준 모교가 환갑을 맞이했으니 인생살이 바쁘다고만 말고 올 여름은 고향 바다를 찾아야겠네요. 학교 터에 외로이 서 있는 프라타나스 그늘에 기대어 시원한 매미 소리 요란히 들으며 타국살이에 지친 그리움, 포근한 고향잠으로 잠시나마 풀어볼까 합니다.

"이렇게 맑은 바닷물에서 멱감고 자란 사람 치고 나쁜 사람 없겠지요"처음 찾은 함덕해수욕장에 홀딱 반해 정착지라 무조건 정해 놓고 언제라도 마음대로 헤염치고 싶다는 충동에 나를 버리는 것을 깜빡 잊고 인생 동반자를 재다짐한 일본 태생 마누라의 추구림을 안주 삼아 둘러 앉은 벗들 사이 소줏잔에 담은 옛정 돌려 받음도 인생 피서의 즐거운 순간이 되리라 여겨집니다. 이 부푼 기대에 나도 멀지 않는 날, 벗들 따라 법 없는 고을로의 발길을 서둘러야 하는 것일런지요.



1997년 봄 도쿄에서 김 봉 신

(함덕초등학교60년사 [학창시절의 추억]에 기고)
    


Page Top          
                                                                                                

Comment
Name
Password

           

51 KOREA NEWS  「나를 찾아 주세요 ! 나는 누구일까요?」 / 「私を探してください! 私は誰でしょうか? 」 / Korea News 1999.08.13.    padasalang 2022/09/24
50 KOREA NEWS  윤봉길 의사 순국기념비와「묻히는 역사」 / 尹奉吉義士の殉国記念碑と「埋もれる歴史」 / Korea News 1999.06.11.    padasalang 2022/09/24
49 KOREA NEWS  일한과 한일 , 남북통일과 북남통일 ! ? / 日韓と韓日、南北統一と北南統一 ! ? / Korea News 1999.06.04    padasalang 2022/09/24
48 KOREA NEWS  금강산관광, 육로 보장을 / 金剛山観光、陸路保証を / Korea News 1999.05.21.    padasalang 2022/09/24
47 KOREA NEWS  「금방 돌아왔는데 다시 가고 싶은 KOREA」 / 「帰ったばかりなのに、また往きたいKOREA」/ Korea News 1999.05.14.    padasalang 2022/09/24
46 KOREA NEWS  「정주외국인」에 해당하는 법 개념? / 「定住外国人」に当たる法概念? / Korea News 1999.05.07.    padasalang 2022/09/24
45 KOREA NEWS  누군가가 인정하지 않아도 / 誰かが認めなくとも / Korea News 1999.04.23.    padasalang 2022/09/24
44 KOREA NEWS  민족과 국가를 지키지 못하고 / 民族と国家を守れず / Korea News 1999.04.16.    padasalang 2022/09/23
43 KOREA NEWS  자부와 우리말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 自負とウリマルを教えてくれました。/ Korea News 1999.03.09..    padasalang 2022/09/23
42 KOREA NEWS  「좌우 동형은 중앙에 수 있다」 / 「左右同型,中央に手あり」 / Korea News 1999.02.25.    padasalang 2022/09/23
41 KOREA NEWS  漢字는 한국어에「귀화」? / 漢字は韓国語に「帰化」? / Korea News 1999.02.18.    padasalang 2022/09/23
40 KOREA NEWS  한국 애국가 다음에 「君が代」? / 韓国の愛国歌の次に「君が代」を? / Korea News 1999.01.14.    padasalang 2022/09/23
39 KOREA NEWS  민족공동체 아닌 국적공동체? / 民族共同体ではなく国籍共同体? / Korea News 1999.01.08.    padasalang 2022/09/23
38 KOREA NEWS  「혈통」 때문에 받은 사회적 제약 / 「血統」のために受けた社会的な制約 / 1999.01.01.    padasalang 2022/09/23
37 KOREA NEWS  민족이란 선천적인가? / 民族とは先天的なのか? / Korea News 1998.12.24.    padasalang 2022/09/23
36 KOREA NEWS  권력의 부폐인자 남용을 억제하는 「권위의 역할」/ 権力の腐敗因子の濫用を抑制する「権威の役割」 / Korea News 1998.12.17.    padasalang 2022/09/23
35 KOREA NEWS  「이 세상은 그래도 아름답습니다.」 / 「この世はそれでも美しいです」 / Korea News 1998.12.03.    padasalang 2022/09/23
34 KOREA NEWS  이기기 위한 목표 달성의 3원칙 / 勝ち残りの目標達成 三原則 / Korea News 1998.11.26.    padasalang 2022/09/21
33 KOREA NEWS  일본미술계에 [곽덕준] 세 글자가 착실히 새겨져 간다. / 日本絵画界に「郭徳俊」三文字が確かに刻み込まれていく。 / Korea News 1998.11.19.    padasalang 2022/09/21
32 KOREA NEWS  한사람 한사람 존재의 크기? / ひとり一人の存在の大きさ? / Korea News 1998.11.12.    padasalang 2022/09/21
     1 [2][3]        

        

Copyright 1999-2022 Zeroboard / skin by 현명한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