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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티 없이 맑은 옛정 찾아
이름: padasalang 2009-09-27 22:22:25, 조회 : 1,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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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 없이 맑은 옛정 찾아

함덕정보산업고등학교50년사

[백파 문단]에 기고

제민일보 기고 2004.07.01. 게재

  


<하얀 꿈 파랗게 북돋아 준 젊음의 산실>

하얀 꿈 파랗게 북돋아준 모교가 태어난지 반세기를 맞이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우리 교육사에 길이 남을 이례적이고 난관 많았던 건학 사업을 성사시킨 선배 여러분의 정성어린 노고에 머리 숙여 감사드리며 삼가 학창 시절과 자신의 삶을 돌이켜 새삼 옷깃 여미는 계기로 하겠습니다.

모교는 꿈 많은 젊음의 산실이자 요람이요 마당이었습니다. 또한 모교야말로 꿈의 실현을 향한 우리의 갈증을 시원히 식혀준 젊은 열정의 오아시스이기도 했습니다.

나의 일생에 모교가 없고 꿈 키운 고등학교 시절이 없었더라면 좌절에 이은 방황 속에서 주저앉고 말았을런지 모르겠습니다. 밤낮 가리지 않고 부풀었던 꿈이 역사의 높은 벽에 부딪쳐 깨지고 현해탄을 건너야 했던 당시 상황은 우리 세대가 너나 없이 겪어야 했던 시대적 아픔이었습니다. 꿈과 희망이 역사의 질곡 속에서 박탈당하는 상처를 안고 좌절해야 했고 이에 못 이긴 우리의 울부짖음은 바다 멀리 흩어졌습니다.

<분단 젊음 자아 찾아 역사와 씨름>

그 동안 내가 고향을 떠난 게 아니라 누군가가 나를 고향 밖으로 내몰았다고 분개했고 그 누군가를 찾아내기만 하면 결코 용서하지 않으리라 다짐했었습니다. 이는 웃음 잊고 꿈 잃은 분단시대 젊음의 몸부림이었으며 민족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아를 찾으려는 역사와의 씨름이었습니다.  

이 씨름에서 갈피를 못 잡고 지쳐 쓰러진 나를 위로해 준 것은 다름 아닌 학창 시절의 추억이었습니다. 푸른 바다가 높은 산과 더불어 아름답기만한 고향에 아담히 자리잡은 모교 마당에서 뛰고 달리며 하얀 꿈 파랗게 키우던 추억들이 나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고 나를 바로 서게 했습니다. 이제 추억의 현장인 모교 교사와 운동장, 시원하기만 했던 포푸라 모래 언덕은 콘도미니엄 공사에 밀려나 그 자취를 찾을 길 없어도 나의 기억 속에 각인된 꿈 많은 학창시절은 내 혼이 살아 숨쉬는 한, 지워지지 않는 순수한 추억으로서 어려울 때마다 되살아나 삶의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굴절된 그리움 역사의 상처로 인식>  

얼마 없어 고향 떠난 지 40년이 됩니다. 고향 떠나 낮선 사람들과 섞어 살며 지친 나머지 떳떳치 못한 마음으로 가끔 고향을 찾았습니다. 어머니 품 같이 모두를 감싸주는 포근함과 언제나 반가이 맞아주는 따스함에 삶의 구심점을 찾았으며 갱생의 샘이 바로 고향이라는 깨달음에 이르렀습니다. 고향이 나를 고향 밖으로 내몰았던 건 나로 하여금 그리움이라는 아픔을 통해 자아를 찾아내고 역사 인식을 바로 세우라는 엄한 매질이었습니다.

타향살이는 탐라 어머니들이 지아비의 죽음이라는 엄청난 아픔을 삭이고 내탓 네탓 않고 시국 잘못 만난 탓으로 승화시킨 감춘 사랑에 눈뜨게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꿈의 좌절로 고향을 떠나야 했고 고향을 떠남으로써 방황해야 했으나 방황 속에서의 굴절된 그리움이 고향을 단순한 향수 어린 공간 개념으로서의 차원을 넘어선 역사의 상처로서 인식케 했습니다. 떠나고 다시 돌아오는 순환 연속의 순리에 순응하게 된 것도 타향살이 덕분이었나 봅니다.

  <고향바다 못지 않게 티 없이 맑은 옛정 찾아> 

누군가는 타향도 정이 들면 고향된다며 고향에 돌아가도 그립던 고향은 아니더라 합니다. 일본 건넌 옛 사람들 중에는 잊으려 잊은 게 아니라 잃지 않으려 머문 땅을 고려향이라 이름하여 고향 잊었다지만 나는 함덕이라 이름할 땅을 찾지 못했습니다. 나에겐 고향될 타향 없고 돌아갈 고향만이 남았습니다. 이제 삶의 모두를 의지해야 할 귀의처이자 내 영혼의 성지로서 돌아갈 고향에로의 이정표를 세워 귀향길 닦기를 시작하겠습니다.

5~6센치의 치어로 방류된 연어들이 캄차카 반도를 거쳐 북태평양의 베링해까지 16,000여킬로의 기나긴 여정 마치고 모든 힘 다 바쳐 태어난 강으로 돌아가듯이 말입니다. 삼가 모교 창립 50주년을 계기로 길고 길었던 타향살이에 종지부를 찍고 하얀 꿈이 파랗게 영근 고향으로 돌아갈 차비를 서두르기로 하겠습니다. 겉모습은 달라졌다 해도 내 얼 속에 언제나 싱싱하게 살아 꿈틀이며 세속에 물들지언정 늘 푸른 고향 바다 못지 않게 티 없이 맑은 옛정 찾을 겁니다.

                    2004년 새 아침


일본 오사카에서  김 봉 신  [함덕고등학교 제10회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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